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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같은 일상

정말 평범한 일상

오랜만에 알바를 하고 있다. 예전에 알바를 했던 카페에서 대타로 며칠 일해 달라고 연락이 왔다. 딱 삼일이었다. 수, 목, 금, 10시부터 6시.

어제 일이 끝나고 친구를 만나 이야기했다."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이 9시부터 6시까지 자기의 자리를 지키며 일하고 있을까?"퇴근을 하니 이미 바깥세상은 깜깜나라.. 고작 하루, 8시간동안 좁은 카페에 갇혀 평소의 여유로운 낮시간을 즐기지 못했다는게 나를 조금 우울하게 만들었다.

친구와 영화를 보고 10시가 넘어 집에 가는데 아직도 많은 빌딩의 불이 환하게 켜져있다.
"저기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일을 하고 있어."
"응. 저 사람들 덕분에 세상이 돌아가는 거지."
"그럼 저 사람들의 세상은? 자신의 세상을 돌보는 것보다 그 일이 더 중요할까?"

저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퇴근 후의 여유 대신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그 일을 선택했을까?

왜 많은 사람들이 아침엔 지옥철에서 치이고, 회사에서 정해준 시간 안에 식사를 해결하고, 매일 출근시간을 지켜도 퇴근시간은 지켜지지 않는 환경에서 젊음과 열정을 바쳐 일해야하는 걸까?

그들 중 누구라도 그 쳇바퀴같은 일상을 살기 위해서 적어도 12년간의 공부와 수많은 시험을 치뤘을까?


만약 우리가 하루 6시간만 일해도 된다도 하면 어떨까? 야근도 없이 딱! 6시간만 일하는 것이다.

퇴근을 하면 4시. 아직 늦은 오후시간을 즐길 수 있다. 집에 가서 가족들과 함께 저녁 만찬을 준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녁을 먹고도 아직 여유가 있다. 1~2시간 정도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충분한 여가시간에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도 있다. 많은 회사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그 놈의 창의적인 인재가 될 수 있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멍 때리기를 많이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어느 심리학 책을 인용하자면 창의성은 안정감으로 부터 나온다. 혹자는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다고도 말한다. 매일 상사의 잔소리와 과도한 업무량, 잠잘 시간도 부족한 야근에 시달리고 있다면 어떻게 창의성이 샘솟겠는가?

한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8시간의 근무시간 동안 평균 3시간을 집중해서 일한다. 그럼 나머지 5시간은 집중력 저하로 업무 효율이 떨어지거나 또는 시간 때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하루 6시간 근무는 절대로 짧은 근무시간이 아니다. 오히려 당신의 최고 업무 효율을 발휘하고도 남을 충분한 시간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10시가 넘도록 야근을 하고도 퇴근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만큼 일하고도 끝나지 않는 과도한 업무량 때문이라는 것도 모르는 건 아니다. 나도 전에 일하던 회사에서 동료가 그만뒀지만 3달 넘게 충원을 해주지 않아, 미리 계획했던 휴가도 망치고 힘들어 미칠 것 같아서 뛰쳐나왔다. 그러면서도 갑자기 그만둔단 이유로 회사로부터 협박에 가까운 욕을 얻어 먹고 나왔다. 그때 깨닳았다. 절대로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그 다음 회사에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도 회사에 대한 불만사항을 이야기했다. 불평만하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대처방안까지 간구해 냈더니 월권행위라니 말도 않되는 소리를 하는 미친 상사들의 사내정치에 휘말렸다.

내가 다녔던 두 회사는 이름만 대면 모를 이가 없는 중견기업과 업계 1위라 자부하는 대기업이다. ㅋㅋㅋㅋㅋㅋㅋ 아 정말 중학생 수준의 유치한 사내 정치를 하고 있는 대기업에 다녔다는게 내가 창피할 정도이다.


어릴 땐 공부만 열심히 하면, 어른만 되면, 뭐든 원하는 대로 될 수 있고, 원하는 걸 할 수 있다고 배웠는데, 서른이 넘은 지금 내가 선택한 것은 차라리 알바나 또는 백수이다.

영혼을 팔아도 좋을 일을 있을까? 나는 헝그리 정신이 부족해서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일까?

백수인 내가 이런 신세한탄을 하다는 것도 웃기지만, 다시 취직을 해서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어도, 취직을 하기 위해서는 회사에 영혼을 팔아야한다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