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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건강

생리전증후군

많은 여자들이 그렇겠지만 나는 생리전증후군에 주기적으로 시달리고 있다.
단 음식이 땡기는 것도 그렇지만, 더 심한건 우울증이다. 호르몬에 의한 감정기복은 정말 밑도 끝도 없이 나를 슬픔에 빠뜨린다.
아마도 나를 어릴 때부터 감정기복이 심한 아이로 만드는데에 생리전증후군이 한몫을 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게 생리전증후군이 있다는 것을 깨닳은 건 꾀 예전이다. 아마도 중학생 때쯤?? 물론 그 때는 생리전증후군이라는 말도 몰랐고, 생리전증후군이 우울증이며 두통, 복통 등 쓸데없이 다양한 증상을 동반할 수 있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너무나도 분명했던 것이 생리 일주일 전만 되면 머리속에서 "던킨도너츠"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던킨도너츠. 그게 나의 생리전증후군의 시작이었다.

그 시절에 지금처럼 다양한 빵집이 있지 않았다. 우리 가족들은 종종 던킨도너츠를 간식으로 사먹었다. 나는 그 중에서도 새카만 빵에 설탕시럽이 입혀진, 초코맛은 눈꼽만큼도 나지 않지만 초코맛이라고 믿었던 초코도넛을 좋아했다.
하지만 나는 빵순이는 아니었다. 던킨도너츠는 가족들과 가끔 먹는 간식일 뿐, 전혀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달에 한번, 그 시기가 되면, 머리 속에는 초코도넛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그려지며, 던킨도너츠 앞을 지날 때면 그 간판이 나에게 손짓이라도 하는 것만 같았다.

이 이상하고도 분명한 증상 덕분에 이것이 생리전증후군이라는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우울증은 달랐다. 어릴 때 감정기복이 심하면 사람들은 "아직 어려서 그래", "사춘기라 그래", "그 시기 지나면 괜찮아져" 하고 무시해버린다. 나는 이 밑도 끝도 없는 슬픔에 주기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숨겨야하는 개인적인 감정이라고만 생각했다.

우울증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위험하다. 심할 때는 일주일을 가기도 했다. 보통은 이유없이 슬프고 눈물이나며, 심할 때는 내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계속해서 반복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우울증엔 이유란게 없다. 구지 꼽아보자면 이번에도 정자를 만나지 못한 난자의 슬픔일까? 이번에도 아기집을 지었지만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무너뜨려야하는 자궁의 슬픔일까?마치 드라마 도깨비에서 지은탁이 기억을 잃고도 알 수 없는 슬픔에 시달리는 것처럼, 눈물이 나고 너무 슬픈데 그 이유를 모른다.

재밌게도 생리전증후군은 생리가 시작되면 사라진다. 생리라는 녀석이 주는 제공해주는 짜증과 불편함 덕분에 우울할 새가 없어진달까?

다행히도 이 주기적인 우울증이 생리전증후군이라는 것을 알고 부터는 심한 우울증에 잘 빠지지 않는다. 호르몬에 의한 생리전증후군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이성적으로 약간 진정이 되기도 하고, 그래도 우울함이 계속되면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영화를 보거나 휴식을 취하는 등 나를 편안하고 기분 좋게 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호른몬의 변화 때문에 감정적으로 힘들 때에는 마사지를 받고 따뜻한 단호박 스프를 먹으며 나에게 신체적 만족을 선물하라고 했던 것 같다. 우리의 정신과 육체는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힘들다면 다른 쪽을 만족시켜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글도 이번 주기의 우울함을 떨쳐버리기 위해 쓰고 있다. 한번 우울함에 빠지면 하루를 망쳐버리기 십상이다. 나의 오늘 하루가 무사히 마무리되기를 바라며..